MadForFamily

Jun 092014
 

한나에게

1일째,

한나가 세상에 나온지 벌써 1주일이 흘렀어. 첫 진통은 5월 31일 오후 3시 30분에 시작되었구, 12시간의 기다림 후에 진통 간격이 3~4분이 되었단다. 미드 와이프 Suzanne에게 연락을 해서 Middlemore 병원에서 보기로 했어. 병원에 도착하니 새벽 3시 30분 정도였고 1시간 정도 후에 Suzanne이 왔지만, 엄마의 자궁문이 3cm 밖에 안 열려서 계속 기다려야 했어. 진통이 올 때마다 괴로워 하는 엄마를 보기가 너무 안쓰러웠어. 게다가 한심하게도, 아빠는 중간에 얄밉게 코 골면서 한 시간 넘게 자기도 했단다.

출산을 촉진하기 위해 Suzanne이 양수를 터트렸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고, edidural을 겨우 받을 수 있었어. 물론 oxitocin이라는 자궁 수축을 촉진해서 labour를 앞당기는 호르몬도 같이 맞았지. 근데 처음 2시간은 괜찮았어. 엄마 말로는 “천국 같은 느낌”이었대. epidural이 도와줬거던. 근데 어쩐 일인지, 엄마가 다시 진통으로 괴로워 하는 거야. oxitocin이 자궁 수축을 촉진해서 진통의 강도는 정말 어마어마 했는데, epidural이 별로 도움이 안되고 있던거야.

마취과 전문의가 2번이나 더 왔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단다. 어느덧 2시간 가까이 지나가고, 미드와이프 suzanne은 자신의 최대 근무 시간이 지나서 퇴근했어. 14시간이 넘게 고생했으니, 이해해야지. 그 대신에 병원에서 당직 근무중이던 젋은 미드와이프가 새로 배정되었어. 오자마자 자궁이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했는데, 글쎄 9.5cm라는 거야. 출산이 임박했다는 신호였어.

부랴부랴 이것 저것 검사를 하는 도중에도, 엄마는 epidural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1~2분 간격으로 어김없이 찾아오는 진통을 정면으로 이겨내고 있었어. 드디어 적당한 시점이 오고, 엄마의 첫번째 push에 한나의 머리카락이 보이고, 두번째는 머리가, 세번째는 얼굴이 세상 밖으로 나왔어.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울음. 한나의 탯줄을 자르던 아빠의 손도 무척이나 떨렸어.

뭐라 말할 수 없는 끈적한 느낌이 가슴을 먹먹하게 채우는 느낌. 그 때를 회상하는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 느낌. 아마 그것이, 엄마와 아빠가 한나를 처음 본 그 느낌일거야. 26시간의 진통과의 싸움을 당당히 이겨낸 엄마가 너무 자랑스럽단다. 물론 39주를 엄마안에서 잘 자라준, 제 시간에 맞춰 잘 나와준 한나에게도 고맙구.

미드와이프는 한나를 엄마 가슴위에 놓아주었고, 한나는 본능처럼 엄마의 가슴을 찾았어. 모유를 향한 생존 본능이랄까. 초유를 먹기 위해 한나는 참 열심히 빨아주었어. 물론, 그 이후로도 말야. 덕분에 모유량이 많이 늘었지만, 엄마의 젖꼭지는 초보엄마의 서툰 수유 동작 때문에, 벌겋게 달아올라 쓰리고 갈라지고 그랬단다. 그래두 엄마는 씩씩하게 한나에게 모유를 먹였구.

Botany birthing unit에 도착한 건 밤 11시 넘어서였어. 아빠는 엄마랑 같이 있고 싶었지만, 규정상 그럴 수 없었단다. 면회 시작시간인 아침 7시까지 홀로 8시간을 한나를 care해야 했지. 뭘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서툴렀던 엄마는 아빠에게 새벽에 문자를 보냈었단다. 힘들다구 말야. 그 문자를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빠도 가슴이 너무 아팠어.

2일째,

다음 날 아침, 아빠는 미역국과 밥을 하느라 시간을 너무 지체해버렸어. 핑계를 대자면, 살림을 별루 해본적이 없어서야. 하여간 birthing unit에 도착하니 엄마는 거의 기진맥진한데다가 너무 우울해있었어. 무력감과 함께 말이야. 모유 수유 자세를 교정받고, 기저귀 가는 것도 정말로 해보면서 그렇게 2번째 날도 갔단다. 모유량이 적어서인지, 한나는 2시간 가까이 빨기도 했었어. 물론 그 덕분에 모유량이 나중에 많아졌지.

Foresthill presbyterian church에서 만난 한국 분들(Harrison 아저씨네 부부, Amy 아줌마, Angela 아줌마)이 오셔서 미역국이랑 반찬도 갖다주셨어. 너무 고마웠지. 엄마, 아빠 모두 가족이 한국에 있어서 뉴질랜드에는 아무도 친척이 없었거든. 그걸 알고 외로울까봐, 힘들까봐 먼길을 달려 와주셔서 너무 고마웠단다.

3일째,

다음 날 늦은 점심을 먹고, 한나랑 처음으로 우리 집에 왔단다. 한나를 위해 준비했던 것들을 세팅하고, 모유 수유하고, 기저귀 갈고… 책으로 배웠던 육아방법은 너무나 두루뭉실해서 적용하기가 애매했고, 한나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것도 많았단다. 그 때문에, 어떻게 한나를 보살필지 엄마랑 아빠는 조금씩 좌충우돌해가면서 하나 하나 방법을 찾아가야 했어. 울면서 보채는 한나를 볼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뭐라도 해야할 거 같은 압박감은 엄마를 조금 힘들게 했지만, 씩씩한 한나 엄마를 잘 이겨내주었어.

3일째가 되니까, 엄마 가슴이 빵빵해지고 모유량이 많아지기 시작했어. 그와 동시에, 젖몸살도 시작되었지. 그래도 많아진 모유량 덕분에 한나를 배불리 먹일 수 있게 되었고, 아빠를 꾸준히 엄마의 가슴을 마사지 해주었단다.

4일째,

미드와이프 Suzanne이 방문해서 한나의 첫 목욕을 도와주었어. 실은 거의 해준거지. 물에 적신 수건으로 얼굴을 닦을 때는 울더니, 물속에 몸을 담그니, 헤~ 웃으며 헤엄치듯 폴짝 뛰려하던 한나의 엉덩이가 기억난단다.

5일째

한나의 배꼽이 떨어졌단다. 조금씩 덜 깨고, 더 자고, 잘 먹구 있는 한나가 너무 고마웠어.

6일째,

손님들이 와서 한나를 보고 갔어. St. Columba 교회에서 만난 Shirley 할머니는 그 전에 짜서 준 스웨터가 크다고, 다시 작게 짜서 스웨터랑, 손수 만든 머핀을 들고 오셨어. 미드와이프 Suzanne이 잠깐 방문을 해서 이것저것 체크를 했는데, 한나의 오른쪽 귀 옆에 전이개누공이 있는 걸 발견했어. 찾아보니 아시아인의 4%가 걸리는데, 고름이 생기거나 하지만, 잘 관리하면 된다고 해. 평생 아무 문제없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면 흔한 것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어. 아마 한나가 좀 크면 제거해주는 게 좋을듯 하단다. 오후 늦게는 Moon 아줌마랑 두 딸, 진아랑 유리가 와주었어. 미역이랑, 갖은 반찬을 해서 오셨더라고. 우울해하던 엄마에게 모두 큰 힘이 되어주었단다.

7일째,

한나 황달이 좀 심해져서, 일광욕을 했어. 일기 예보를 보니 맑음+흐림+비 라는 오클랜드의 전형적인 날씨 예보라서 전혀 종잡을 수 없었어. 아침내내 구름졌다가 햇빛 났다가 해서 일광욕 시키기가 쉽지 않더라구. 그래도 오후에는1시간 넘게 한나가 얌전히 아빠 무릎에서 자 준 덕분에 꽤 일광욕을 시킬 수 있었었지. 우연히 발견한, 한나가 편안해 하는 자세도 한 몫 했구. 점점, 아빠와 엄마는 하나씩 한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나가면서, 꾸준히 좌절하지 않고, 쉬엄쉬엄 나가고 있단다. 모유 수유 자세, 수유 간격, 트림 시키기, 기저귀 채우기, 목욕 시키기…그러니 한나도 건강하게 자라주세요. 알았지?

아빠가

May 272013
 

어느덧 뉴질랜드로 건너온지도 8개월이 넘어간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긴 시간. 생활이 조금 안정되어 가면서, 앞으로도 계속 될 뉴질랜드 생활의 단편들을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직접 체험한 것들 위주로 정리해나가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이 될지, 어떤 순서로 올릴지 아무 계획도 없다. 키보드 닿는 대로 써갈겨 갈 뿐이다.

첫번째 시리즈는 렌트 구하기이다. 와이프가 먼저 와서 살던 플랫과 Granny flat, 지금 사는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았던 다양한 경험을 나눠보고자 한다.

렌트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한국보다 조금 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기는 하고, 그 문화도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렌트 종류를 대강 나눠보면 다음의 몇가지로 나눌 수 있을듯 하다. 물론 내 마음대로 분류다.

단독 하우스 렌트

단독 집을 빌리는 거다. 주차시설의 경우 garage(차고), carport(벽 없이 지붕만 세워진 주차시설, off street parking(집 인근 도로에 갓길 주차, OSP로 표기하기도 함)로 구분이 가능하다. garage의 경우 창고 혹은 생활공간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니 당연히 좋다고 볼 수 있다. Shed는 정원 관리 물품등을 보관하기 위한 조그마한 창고인데, 종류에 따라 창고처럼 물품보관이 가능한 것도 있고, 바닥이 없어서 진짜 비만 피하는 정도의 보관만 가능한 것도 있다. 전기/인터넷은 당연히 tenant(세입자) 부담이고 cold water+하수요금의 경우 집주인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정원 등에 잔디가 있을 경우 주기적으로 2주에 한번 정도 관리해주어야 하는데 이 또한 세입자 부담인 경우와 집주인 부담인 경우가 있다.

유닛 렌트

2개 이상의 단독집이 맞붙어 있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각 집별로 전용공간이 보장되지만, 집들이 붙어 있기 때문에, 시끄러운 이웃 만나지 않기를 바래야 한다. 주로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일요일에 점검해봐야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그게 어렵다는 게 문제다. 단독 하우스 렌트보다는 조금 저렴한 편이다.

아파트 렌트

우리 나라 아파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로 시티 지역이다. 난방 등이 잘되어 있어서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난 성냥갑같은 아파트는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다. 아파트 렌트는 단독보다 저렴하지는 않은듯 하다. 비슷한 수준인듯 하다.

Granny Flat 렌트

이게 뭘까 싶은 사람이 많을 듯 하다. 집들을 보면 아예 2층 이상이거나, 1층에 있던 2개의 차고를 방으로 개조해서 임대가 가능하게 만든 집들이 있다. 그런 구조에서 1층을 통째로 임대하는 것을 말한다. 독립된 생활을 위해 2층과는 아예 출입구를 달리해서 마치 2층 아파트처럼 사용이 가능한 구조이다. 1층과 2층을 이어주던 내부 계단은 막아두는 것이다. 가격도 렌트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난 절대로! 어떤 경우에도 다시 이런 곳에서는 살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미칠듯한 층간소음이다. 나무 한 장 깔려있는 1층과 2층 사이에는, 방귀 소리도 들릴 정도다. 당연히 땅과 인접해 있으므로 습기도 많고, 경우에 따라 햇빛이 덜 들기도 한다. 깔끔한 인테리어(임대 주려고 돈 들여서 고쳤을 테니)나 단독주택/유닛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에 끌려 선택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절대! 선택하지 않겠다. 근데 문제는 올라온 글/사진만 보고는 이게 2층집의 1층인지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에 있다. 혹은 의도적으로 숨겨서, 나 같은 사람 시간 낭비해서 열 받게 하기도 한다. 별도의 계량기가 없는 경우는 전기/수도의 경우 1/N을 하는 듯 하다. 계량기도 별도로 있는 경우가 있는지는 확인 불가하므로 언급하기로 하겠다.

스튜디오(원룸) 렌트

원룸 오피스텔 비슷하다. 주택같은 원룸도 있고, 원룸식 아파트도 있다. 구경해본적 없어서 잘 모르겠다.

Flat

남의 집에서 방 하나 빌려서 사는 걸 말한다. flat share는 그 방 하나를 나눠서 쓰는 걸 말한다. 거실 share는 거실 한쪽은 커텐처럼 쳐서 거기에 침대 놓고 사는 걸 말한다. flat의 경우 주방의 경우 기구 등도 share하는 듯 하고, 집주인에 따라 별도의 냉장고를 쓰게 하거나, 큰 냉장고를 share해서 쓰거나 하는 듯 하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사람들이 사는 만큼, 진상 주인, 진상 flat mate 걸리면 피곤해지는 게 단점이다. 공동시설에 대한 관리도 약간은 share해야 하는데, 일부 사람들의 경우 그 부분을 당연히 집주인이 하는 걸로 생각하고, 막무가내로 사는 사람도 일부 있는 듯 하다. 보통 인터넷/cold water 포함에 전기/수도 요금은 1/N 해서 내는 듯하다. 근데 인터넷 무제한이라고 집주인이 광고했다고, 진짜 무제한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3년 5월을 기준으로 데이타 무제한 인터넷 요금은 orcon이 유일한 걸로 알고 있다. 그 외에는 대부분 250GB, 350GB 등이 최고 용량일텐데, 그걸 “무제한”이라고 유혹하고 있는 거다. “사실상” 무제한이라는 거지. 그리고 가끔 플랫 매물 보면, 외국인들하고 사는 플랫이라며 올라오는 것들도 있다. 인종이나 국적에 기반한 차별적 발언없이 이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기는 정말 어렵다. 백팩커 가서 몇일 자보면, 무슨 얘기하는 지 느낄 수 있을듯 하다. 사람이 많아지면, 원래 시끄럽거나 개념없이 플랫 메이트를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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