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함께한 지난 1년 – 변화에 대한 이야기

작년말부터 시작한 운동이 이제 거의 1년째에 접어든다. 그 경험을 여기에 적어둠으로써, 훗날 내가 어떻게 시작하고 변화해 나가기 시작했는지를 기억하고 싶어서 이 글을 적어본다.

아침형 인간

10월 초 지금 사는, 회사에서 편도 38km인 집으로 이사를 했다. 아침 시간대의 SH1의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조금씩 출근 시간을 앞당기며 테스트해보았다. 8시, 7시 30분, 7시, 6시 30분, 하다보니 5시에 일어나서 출근하기로 했다. 5시에 일어나, 5시 15~20분에 출발하면 회사에 35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세 이후 전형적인 올빼미형의 생활을 20년 넘게 하다가 처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생활로의 첫 변화였다. 역시나 힘들었다. 점심 먹고 오후 2시만 되면 졸음이 쏟아졌다. 세수하고 커피마시고 산책하고 하면서 깨어 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문제는 퇴근 운전이었다. 운전하면서도 졸음이 쏟아졌다. 껌이나 사탕만으로 힘들때는 갓길에 주차 후 10분~20분씩 잠을 자야 하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이 지나면서 서서히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찍 출근하다보니 시간이 좀 남기 시작했다. 유동적인 근무시간을 허용하는터라 6시간 반만 근무하고 주 42시간 30분(8시간 30분 * 5일)만 지키면 되는데, 오후 3시에 미팅이 거의 매일 있어서 하다보니 일주일에 몇시간씩 초과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남는 시간을 유용하게 쓰고 싶었다.

점점 자라는 한나

한나가 점점 자라고 있어서, 오래 안아주다보니 팔이  아파오고, 와이프처럼 손목도 아파왔다. 진공청소기를 돌릴때도 팔과 손목이 힘들어했다. 40여년을 한번도 운동해본 적 없는(군대 2년 2개월 제외), 전형적인 ET몸매의, 마른 비만이었다. 육아로 지쳐 있는 상황에서, 한나가 잠에 든 후 와이프와 Cider(사과 베이스 알콜) 마시면서 TV 예능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게 뱃살을 키우기도 했다. 몸무게를 재보니 68.9kg였다. 166.5cm인데 68.9kg라니 고민이 늘어갔다.

시작

무엇을 시작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뭔가를 시작한다면 와이프와 함께 하고 싶었다. 클리앙에 있는 땀흘린당의 글들을 읽어나갔다. 사용기 게시판도 읽어갔다. 다이어트/운동을 관한 많은 글들을 읽고 T25와 함께 약간의 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식단 변화는 오직 하나, 저녁 식사 후에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었다. 이 식습관 변화가 자리잡은 후에는 가끔 1주일에 한번 정도는 술이든 과일이든 먹기로 했다. 운동은 T25 알파코스를 하기로 했다. 알파코스도 만만히 볼 수 없는 강도라서 앞에 있는 아시아 여성분이 하는 동작을 따라하기도 쉽지 않다는 경고를 보았지만 처음에는 무시했다. 하지만 착오였다. 동작 하나 하나를 따라하다보니,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아시아 여성분이 하는 조금 쉬운 동작들도 버거웠다. 첫날 죽을 거 같았던 느낌이 새삼 떠오른다.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와이프와 서로 웃으며 계속 해보기로 했다.

Focus T25

금요일 두 코스를 해야 하는 것만 빼고는 알파코스를 2번 완주했다. 그저 완주였지, 제대로 완주라기 보기는 힘들었다. 제대로 따라한 코스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반복했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웠다. 이후, 손목 터널 증후군이 있는 와이프는 손목을 쓰는 동작이 많이 있어서, 2번의 알파코스를 마친 후 운동을 쉬기로 했다.  다시 변화가 찾아왔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후일 와이프가 다시 참여할 수 있을 때를 기약하며, T25를 잠시 묻어두기로 했다. 대신 조금은 근력과 심폐지구력이 생긴 몸을 더 단련하고 싶었다.

맨몸운동

하체를 위한 Squat + Lunge + Calf Raise, 복부를 위한 Reverse Crunch + Half Sit Ups + Low Plank, 그리고 상체를 위한 Push Ups + Dips를 했다. 매일 모든 루틴들을 한 것은 아니였고 상체+복부, 하체+복부식으로 조합해서 해나갔다. 계속하다보니 몸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고 자신감 또한 생겨났다.

배드민턴

직장 동료 2명이 아침에 배드민턴을 쳤다는 얘기를 듣고 가담하게 되었다. 그 둘은 내가 보기엔 꽤나 실력이 되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둘 다 어릴 때부터 배드민턴을 쳐왔다고 했다. 1주일에 한번 배드민턴을 하면서, 배우다 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그룹운동이었는데, 날씨 상관없이 할 수 있었고, 이른 아침에 이용가능한 배드민턴 코트가 있어서 매주 플레이하고 있다.

수영

수영을 배우고 싶어했었다. 섬에서 태어났지만, 형제 중 나 혼자만 수영을 배우지 못했다. 바닷가에서 매일 놀았지만, 수영만큼은 배울 수 없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아이와 함께 물놀이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영 잘하는 동료에게 부탁을 했다. 가르치지는 않아도 좋으나, 같이 수영할 수 있을까 라고 흔쾌히 그래주겠다는 직장 동료 덕분에 1주일에 한번 수영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Youtube를 보고 조금씩 혼자서 배워나갔다. 수영을 배우고 싶어하는 다른 동료들과 같이 시작해서 서로에게 위안과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러닝과 족저근막염

맨몸운동이 시들해질 무렵, 달리기를 시작했다. 1주일에 한번 3km를 뛰다가, Midfoot strike를 연습하며 조금씩 횟수와 거리를 늘려나갔다. 어떻게 뛰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Suunto Ambit 3 Vertical이라는 스포츠워치를 구매 후, 일주일에 3번, 4km + 6km + 6km를 뛰었다. 그러다보니, 허벅지 근육이 조금씩 좋아지는 게 눈에 띄었다. 종아리도 점점 근육이 선명해지기 시작할 무렵, 느닷없이 족저근막염이 찾아왔다. 무조건 쉴 수 밖에 없었다. 또 다시 뛰기 위해서 러닝을 쉬기로 했다. 대신 수영을 1주일에 2회로 늘리고 수영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시 뛸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Squat + Calf Raise를 다시 시작했다.

다음 1년

1년 목표를 세웠다. 한 시간에 10km 뛰기, 1개의 Perfect 풀업, 한번에 50개 푸쉬업, 자유형 100m 그리고 평형 100m. 그리고 그걸 책상 옆에 붙여놓았다. 내 목표를 다른 이들에게 노출함으로써, 나 자신에게 더욱 더 강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goal

요즘

배드민턴은 여전히 빠지지 않고 참석 중이다. 달리기는 여전히 1달 넘게 하지 않고 있는데 아무래도 1~2주 정도는 더 쉬어야 할 거 같다. 다시 뛸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운동용 깔창도 주문해놨다. 요즘 집중하는 건 수영이다. 어제 처음으로 87미터를 자유형으로 쉬지 않고 할 수 있었다. 25m 풀에서 처음 1바퀴를 돌았을 때의 성취에 이은, 나름 큰 성취였다. 자유형 100미터 목표에 아주 근접했다. 차츰 평형도 배울 준비를 하고 있다. 배드민턴/러닝/수영을 위해 맨몸 운동도 계속 조금씩 하고 있다. 상체를 위해 주로 Push Ups + 풀업바에 매달리기 + 핸드그립을 하는 중이다. 아직도 풀업은 1회도 못하지만, 조금씩 근접하고 있다. 러닝/수영킥을 위해서 squat + calf raise를 주로 하고 있다.  몸무게는 요즘 62kg 정도 나가고 있다. 69kg였다가 62kg로 줄었으니 겨우 7kg가 줄었지만, 복부에 쌓여있던 피하/내장 지방이 줄어드는 것 말고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근력 증가에 집중하는데, Push Up 15개에서 같은 방식으로 25개까지 늘었고, 맨몸 squat도 요즘 50개까지는 무리없이 한번에 할 수 있는 것만 봐도 많이 좋아진 거 같다. 그리고 그 사이 훨씬 무거워진 딸 한나를 품에 안아도 그리 힘들지 않다는 것, 5시 기상 + 10시 취침 생활에도 지치지 않는 것도 큰 변화 중 하나일듯 하다. 40넘은 세월이 흘러 시작한 운동. 지난 1년 동안 이미 운동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이제 앞으로도 꾸준히 다치지 않고 즐길 수 있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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