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직장 생활을 한지 20개월, 뉴질랜드로 건너온지는 벌써 2년이 넘어간다.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4개월에 걸친 Job 헌팅, rent 집 구하기, 집 구입을 위한 open home 러쉬, 딸내미 출생, 그에 이어진 1달간의 육아를 위한 휴가 등 굵직한 것만 나열해도 참 파란만장한 2년이었다.
2년 동안 뉴질랜드 교민이 많이 가는 웹사이트나 워홀러가 많이 가는 다음 카페 등을 심심치 않게 드나들었는데, 한달에 한번 정도는 뉴질랜드 이민을 희망하는 IT 업계 종사자의 글을 볼 수 있었다. 아마 그들 중 대부분은 영어 공부하다가 접거나, 불투명한 취업 가능성과 당장 쏟아부어야 하는 생활자금 등에 대한 걱정으로 대부분 포기하거나 했을 듯 싶다. 그렇지만, 정확히 알고 포기하는 것이, 두리뭉실 아, 난 안될꺼야라며 스스로 위안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 같다는 생각에서 40대 개발자의 뉴질랜드 IT 취업기를 써보기로 했다. 누군가에게는 쓸데없는 잡담일 것이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돈을 주고도 듣지 못했을 귀한 경험담이 될 것이다. 이민에 있어서 비자 문제를 운에 맡기는 것은 정말 무모한 일일 것이다.
와이프의 학원 친구 중 하나는 어학원 다니다가 학생비자 상태로 은행에 취업해서 잘 다니고 있고, 직장 동료 중 하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워크비자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서 회사에 지원했다가 합격해서 어느덧 워크비자에 이어 영주권까지 순조롭게 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영어가 어느 정도 되고, 3~5년 정도의 괜찮은 경력과 함께, 결정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으니까, 홀몸이니까 도전해볼만 했을 것이다. 예를 찾다보면 관광비자로도 취업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을 걸고 움직이기엔 그 확률이 너무 적지 않을까 싶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구직자 영어 과정에서 만났던 어느 30대 후반의 경험많은 일본인 IT Business Analyst는 가족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와서 1년짜리 IT 과정을 마친 후 받은 오픈 워크 비자(당시는 1년짜리 과정도 나오는 게 있었으나 요즘은 거의 2년짜리만 나오는 듯함)가 끝나기 전에 오클랜드가 아닌 다른 지방에 겨우 Job을 구했다가 경력 쌓은 후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오기도 했고, 40대 중반의 경력많은 어느 중국인 IT 개발자는 취업때문에 지방에 가서 가족과 떨어져서 살면서 1년 후 오클랜드 지역으로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살기를 계획하고 있고, 30대 초반의 어느 중국인 IT 개발자는 Job없이 중국 본토에서 SMC(Skilled Migrant Category, 기술이민) 신청 후 받은 9개월의 오픈워크 비자를 가지고 홀로 뉴질랜드로 와서 당당히 취업 후 가족을 데리고 와서 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철저한 계획하에 비자를 취득하고 그 비자를 가지고 취업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다지 젊지 않으며, 가족이 있는 가장들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런데 내 경우는 앞의 2가지 경우와도 전혀 다르다. 와이프가 워크비자를 받고 연이어 영주권을 취득하면서 취업할 수 있는 영주비자를 자연스럽게 취득한 경우이다. 그래서 취업을 위해 적절한 비자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비자는 유학원이 아니라 이민 어드바이저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학원은 학교 소개 수수료로 먹고 사는 업체이고 이민 어드바이저는 비자 수속 관련한 업무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다. 따라서 비자 취득이 가능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말해줄 가능성이 높다. 된다고 했다가 안된다고 하면, 자신들의 평판이 어떻게 바뀔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비자에 대한 고민없이 취업에 올인할 수 있었음에도 취업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전혀 다른 고용환경과 적지 않은 나이, 매끄럽지 못한 영어 의사 소통 실력 등 뉴질랜드 내의 다른 어떤 IT 취업 인력과 비교해서도 꽤나 뒤떨어지는 조건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도 결국 해냈고, 그 좌충우돌했던 경험을 나눔으로써, 비슷한 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의미있는 정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써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