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좀 나아지면서, Job hunting을 계속했다. 주로 Recruiting agency가 올린 구인광고들에 지원하다가, 업체가 직접 올린 구인 광고에도 지원해보기 시작했는데,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대면 인터뷰 2건을 따냈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 해당 회사 사이트의 내용을 열심히 요약하고 내 경력/스킬이 어떻게 매칭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할 것도 준비했다.
드디어 2번째 대면 인터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회사에 들어가자 마자 종이로 된 시험지를 받았다. 편안하게 추스렸던 마음이 엉망이 되었고, 준비했던 내용들도 연기처럼 다 사라져 버렸으며, 시험 또한 엉망으로 치뤘다. 시험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해 안간힘을 썼지만, 제일 중요해 보였던 마지막 질문에, 전혀 준비한 것과 다르게 어처구니 없는 말을 내뱉고 나오고 말았다.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역시나 이틀 후, Unfortunately unsuccessful이라는 메일을 받게 되었다. 3번째 대면 인터뷰를 위해 다시 회사 정보 수집 및 대답할 꺼리를 준비했다. 아예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외워서 그럭저럭 잘 해낸듯 싶었지만 역시나 결과는 실패. 점점 자신이 없어져 갔다.
영어 사용 시간을 늘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언어 교환 사이트들을 탐색했다. 그 중 괜찮아 보이는 mylanguageexchange.com에 등록 후 한국어 사용을 원하는 50대 아저씨에게 연락을 시도해봤다. 몇일간 무응답이었다. 그런데 몇 일 뒤 IT분야에 근무하는 왠 남성이 메일로 접촉을 해왔다. 카카오톡을 사용한다고 해서 아이디를 등록 후 이것저것 탐색을 해보니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고 나서 주말에 시티에서 처음으로 언어교환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기대와는 달리 그는 kiwi(뉴질랜드 사람들은 본인들을 kiwi라고 부름)는 아니였고 Latvia 출신의 40대 SW 개발자였다. 오클랜드 시티에 위치한 모 IT업체에 근무중이었고, 취미삼아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했다. 1시간은 한국어 가르쳐주고 나머지 1시간은 영어로 대화 좀 하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직장 구한다는 얘기에, CV 한번 봐준다고 해서 메일로 보냈더니 Skill matrix를 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해서 일목요연하게 프로젝트, 사용한 기술 및 업무를 테이블로 만들어서 CV에 넣었다. 그리고 자기가 다니는 회사도 구인중이라며 자기 추천으로 회사에 넣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헤드헌팅업체말고 직접 구인하는 업체에 주로 지원하라는 조언도 받았다. 오죽하면 seek.co.nz에서 리크루팅 에이젼시가 올린 구인공고만 삭제해서 보여주는 브라우저 플러그인(userscript)을 만들었을까 싶다.
리크루팅 에이젼시와의 전화 인터뷰나 대면 인터뷰를 하다보면 늘 듣게 되는 Local experience. 나 같은 새내기 이민자에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자원봉사 경험이라도 쌓아두자는 생각에 여기 저기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낸 사이트가 volunteernow.org.nz다. 거길 통해서 volunteeringauckland.org.nz에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온라인으로 회원가입하고 신청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서 재촉메일을 보내야 했다. 그 다음 날 전화로 연락이 왔는데, 직접 직접 사무실로 방문해서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뭐든 쉬운 게 없나보다 싶었다. 약속한 날짜에 사무실로 방문하니 백발의 할머니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계셨다. 그분 중 한 분과 상담을 해서 구세군쪽에서 진행하는 elder people에 대한 be-friending 파트에 지원했다. 일부러 IT업계와 상관없는 일에 지원했다. IT보다는 언어를 늘리는 게 순서일듯 해서였다. 신청 후 2주가 넘은 시점에 구세군측에서 전화가 왔다. 주소가 잘못 된 거 같아서 확인 전화를 해온 것이다. 주소를 정정해주고 나니 몇일 안에 겨우 신청서류를 보내줬다. 뭐 쉬운 게 어디 있으랴마는 뉴질랜드에서는 뭐든지 인내심과 시간을 요구하는 거 같다.
지역 가리지 않고 지원하다보니, 어쩌다 남섬에 위치한 조그마한 업체와 skype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아침 10시에 상의만 셔츠를 걸치고 땀 뻘뻘 흘려가며 인터뷰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인터뷰하고 있는 나를 누군가 봤다면 참 어이없었을 것이다. 하의는 반바지 차림이었으니까. 몇 일 후에는 크라이스트처치(남섬에서 제일 큰 도시)에 있는 어느 업체의 개발 이사가 오클랜드로 구직자를 만나러 올라와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오클랜드 시티 도서관 내의 커피숍에서 2시간 넘게 면접을 치뤘다. 엄청 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같기에 사실 결과에 대해 처음으로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역시나 결과는 늘 그랬듯 실패였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