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개발자의 뉴질랜드 IT 취업기-4

시간이 많이 흘러 버렸다. 어느덧 뉴질랜드는 holiday 시즌을 맞이하고 있었다. 11월 말이 되어가자 신규 등록되는 구인공고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휴가철이니 새로운 구인건은 내년으로 미루는 거였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잡아서 와이프 휴가 기간 중에 와이프 친구 부부와 함께 북섬의 북부 지방으로 짧게 여행을 갔다.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있어서 북쪽으로 갈수록 더 따뜻해지는데, 안 그래도 햇살 강한 여름인데 더 북쪽으로 가서 그런지 덥기까지 했다. Paihia와 Kerikeri, 90 mile beach(실제론 67mile 정도?)와 타즈만해와 태평양이 만나는 cape reinga 등을 여행했다. 백패커에서는 주인장이 잡아온 커다란 스냅퍼(도미류) 일부를 받아서 회로 먹는(아 초고추장이 없었다 ㅠ.ㅠ) 행운도 누리고, 90 마일 비치에서는 모래사구에서 샌드 슬라이딩도 즐기고, 그럭저럭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비록 마음 한 구석에는 늘 찝찝한 무언가가 가득했지만.

휴가 시즌이 끝나갈 무렵 다시금 Job hunting에 박차를 가했다. 올라오는 모든 구인공고에 지원서를 보냈다. Position도 가리지 않고, 지원분야도 좀 광범위하게 잡아서 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전화 한통.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약속을 잡고 집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를 했다. 인터넷 호스팅 업체의 구인건인데 내 경력이 잘 맞을 거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왠지 느낌이 좋았다.

호스팅 업체와의 인터뷰 준비를 철저히 했다. 회사의 구인 공고, 지원자 요건, 사업 내용, 내 경력이 어떻게 매칭될 것인지, 어떤 걸 공헌할 것인지, 내가 그동안 해왔던 업무 스타일이 어떻게 해당 회사와 조화될 지, 어떻게 업무를 관리해왔는지 등에 대해서 준비했다. 인터뷰 당일,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회사의 한국인 스태프였다. 젊어 보이는 한국인 직원이었다. 팀장(?), 해당 업무를 하는 다른 직원, 한국인 직원과 나, 이렇게 4명이서 화기애애하게 인터뷰를 해나갔다. 해본 적 없는 것, 해본 적 없지만 공부해 본 것,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얘기했고, 해본 일, 잘하는 일에 대해서는 자신감있게 내 의견을, 서투른 영어로 피력했다. 인터뷰 결과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느낌이 좋았다.

호스팅 업체의 인터뷰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지원과 인터뷰를 계속 해나갔다. 웹 분야에도 지원을 많이했었는데, 그 중 한 웹 전문 에이전시와의 인터뷰가 잡혀서 오클랜드 시티로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갔다. 조금은 복잡한 건물이라서 길치인 나에게는 고난이었지만, 다행히 시간에 정확히 맞춰서 해당 에이젼시의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해보니, 거의 1인 기업 분위기였다. 게다가 감기가 걸린 상태라서 그런지, 인터뷰도 대충 대충하더니 감기 때문에 더 하기 힘들다면서 다음에 날 잡아서 계속 하자고 중단을 요청했다. 기분이 굉장히 나빠졌다. 아무리 약자 입장의 구직자라지만, 그 인터뷰를 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에이젼시인지도 확인해보기로 했다. 물론 다음 인터뷰 날짜는 내가 확정해주지 않았다. 그냥 다음에 하자고 하고 나왔다.

기대했던 웹 호스팅 업체와도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메일 대신에, 그 에이젼시가 전화를 해왔다. 다른 후보자가 있었는데, 아주 조금의 차이로 그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근소한 차이라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최종 후보자 2명 중 한 명이 되었었다는 사실로 만족하기로 했다. 내가 가진 경력이 그다지 부족하지 않다는 걸, 내가 해낸 그 장시간의 인터뷰가 너무 꽝은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실패를 거듭하다보면 주눅이 들게 마련이지만, 실패로부터 배워나간다면 조금씩 기회를 더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지방에 위치한 기업과의 인터뷰가 잡혔다. 이번에는 전화 인터뷰 후 직접 회사로 오라고 했다. 물론 교통비라든지에 대한 지원은 있다고 했다. 처음으로 혼자 지방가는 버스를 타고 황가레이로 갔다. 도착 후 걸어서 회사 근처로 도착하니 시간이 좀 남았다. 점심 시간 끝나고 바로 인터뷰라서 근처 스시집에 들려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들려보니 조그마한 테이크아웃 전문 스시집이였다. 딱 봐도 한국인 직원이었다. 그래도 스시를 사려고 줄 서 있는 현지인들 때문에 그냥 영어로 간단히 결제하고 식당 앞에 놓여져있던 조그마한 탁자에 앉아 점심을 해결했다.

근처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가글도 하고 시간에 맞춰 회사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그래도 조금은 오래된 회사인듯 했다. 북섬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의 독점 기업인듯 했다. 개발 팀장과 직원, 에이젼시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 참석한 면접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Problem solving 테스트였다. 개발 관련한 상황 3가지를 주고 어떻게 구현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구성도라던지, 계획을 해보라는 것이였다. 익숙한 상황들이라서 늘상 해왔던 대로 슥삭 결과를 적어나갔다. 시간이 흘러 다시 들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내가 보기에도 수긍하는 표정들이었다. 개발 팀장이 직원에게 어떠냐고 물어봤을 때 그 직원이 괜찮아 보인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았다. 그 이후에는 긴 인터뷰가 이어졌다. 내 경력, 업무 방법, 개인적인 성격에 대해서 하나 하나 물어보고 답하고 하는 시간이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니 100불 짜리 기프트 카드를 받았고 부푼 기대감을 가슴을 묻은 채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언어 교환 만남을 하는 친구가 다니는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코딩 테스트를 보라는 것이였다. 이번에는 열심히 치뤘고, 그 이후에 인터뷰가 잡혔다. 회사에 가보니 규모가 꽤 되는 튼실한 회사였다. 사무실안은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 웹 개발자들은 해밀턴 지사에 주로 있어서 화상 회의와 함께 개발자 3명이 동석해서 면접을 봤다. 면접 내내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고 그런대로 잘 치룬듯 했다. 하지만 결국은 떨어졌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으로 인해 합격하지 못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 친구에게 얘기하니, 인터뷰에 참석한 사람 중 4명은 내 영어 보다도 떨어진다면 말도 안된다며 화를 냄으로써 나를 위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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